이슬람 공화국, 이란…시민들은 왜 거리로 나와 죽어가고 있나?
이란의 반정부 시위 소식이 연일 심각하게 전해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인권(HR)’에 따르면 시위 사망자는 하루 사이 470명에서 3,428명으로 급증했다. 외신 CBS는 최대 2만 명까지 사망했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수치는 엇갈리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란에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사법부는 시위자들을 신속히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골람 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대법원장은 강경 대응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이란 정권을 옹호하는 반미 시위대도 거리로 나와 시위대를 ‘알라의 적’으로 규정하며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거리 위의 시민들은 더 이상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찢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를 통해 이란 내부 상황이 외부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 당국은 스타링크 단말기를 소지한 사람들을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정보가 새어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정권에는 위협이 된 것이다.
1월 8일 이후 이란과 외부 세계의 통신은 사실상 두절됐다.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한 국가는 외부의 시선을 차단함으로써 내부의 폭력을 은폐해 왔다. 이란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존재하지만, 최고지도자가 입법·사법·행정 3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신정 국가다. 종교 권력이 곧 국가 권력인 체제다.
이 글은 분석이 아니다. 지구시민 한사람의 분노이고 애통해하는 이 시대의 일인이다. 다만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국제 뉴스 한 줄’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기록이다. 죽어가는 그들은 누구인가? 죽이는 그들은 누구인가? 이런 일들이 끝이 날 수는 있는걸까?
필자는 이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 광주학살이 떠오르고, 계엄 사태를 겪은 기억이 겹쳐진다. 먼 나라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거리에서 죽어간 영혼들과 남겨진 가족들, 이웃들, 국민들이 앞으로 어떤 멍울을 안고 살아가게 될지는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시위의 직접적인 발단은 리알화 가치의 급락과 물가 폭등이다. 장기화된 국제 제재와 경제 침체 속에서 생계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서민과 청년층의 분노가 폭발했다. 2025년 10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약 48.6%에 달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돈을 베낭에 지고 가도 생필품을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강화, 이스라엘과의 이른바 ‘12일 전쟁’ 이후 심화된 경제난, 그리고 리알화 가치 폭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는 이미 무너졌고, 시민들은 더 이상 버틸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2022년,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이 불씨가 됐다. 여성 인권 문제로 시작된 분노는 단발적 항의에 그치지 않았다.
이란 전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는 여성 인권을 넘어, 장기간 누적된 경제 위기와 정치적 억압, 통제된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됐다. 이는 단순한 정책 비판이 아니라, 생존권과 체제 자체에 대한 재검토 요구였다. 정부의 강경 진압과 정보 통제는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희생자를 늘렸고, 이란 사회가 이미 깊은 균열 상태에 놓여 있음을 드러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이란의 신정 체제는 이번 사태를 외부 세력이 개입한 ‘불법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포, 처형, 사법적 처벌을 통해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불만을 잠재우기보다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대립 구조로 고착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군·사법·핵심 정책 결정권은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된 체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란의 사태는 과연 이란만의 문제일까. 경제적 불평등, 통화 가치 붕괴, 사회적 억압, 정치 권위주의, 그리고 이 모든 요소의 결합은 결코 낯설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같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경제 불안은 정치적 분노로 이어지고, 그 분노는 기존 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란 시위대 약 3,000명에 대한 교수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가 경고했고, 이후 철회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소식을 접하며 필자의 가슴은 서늘해졌다. 권력자들은 경고를 주고받고, 서민들은 죽어간다. 언제나 같은 장면이다.
해결책은 존재할까. 혹은 이 질문 자체가 너무 안이한 것일까. 정부의 강경 진압과 정보 통제는 더 많은 불신과 분열을 낳고 있다. 국제적 제재 역시 정권보다 시민의 삶을 더 압박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진다. 세계는 이 죽음을 언제까지 타국의 비극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이란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보아왔고, 또 보게 될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기록은 멈출 수 없다.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테니까.(시가리 씀)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r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