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어머니 이금련(아가다)께서 2121년 12월 31일 12시19분에 91세를 일기로 꽃동네요양원에서 선종하시어 하느님의 나라로 돌아 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1931년 경북 칠곡 팔공산 기슭에서 태어나셨고 18세에 저희 려양진가로 출가하여 슬하에 장남인 저를 비롯해 제 위로 누님과 아래로 남동생 둘을 두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생을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사시었고 그 말씀을 실천하시는 것을 신자 된 덕목으로 여기셨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도 꽃동네 요양원에서 어머님의 병환을 지극과 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원장수녀님과 의무팀장님, 요양보호사님,자원봉사자님들과 가족들의 기도가운데 숨을 거두셨습니다.
고인이 되신 저희 어머니께서는 밥 동냥 하는 어려운 사람도 집안으로 모시어 밥상을 차려주시고 가지고 온 그릇에 따뜻한 밥을 가득 담아 돌려보내시는 늘 이웃의 어려움과 슬픔을 함께 하시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시던 분이셨습니다.
망백의 삶을 사신 어머니셨지만 당신을 떠나보내는 자식 된 도리와 인연은 망극하기 그지없고 그 슬픔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이제 세상을 떠나 하늘로 돌아가신 저희 어머님께 산 자들의 기도만 남았습니다. 부디 저희 어머니의 명복을 위하여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장례를 마치고 뒤 늦게 부고 “

광양에 멋진 형님이 계시다며 꼭 한번 내려오라고 권유한 광주에 계신 지인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곤 했다. 멋진 사람, 향기 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대는 지인의 꼬드김?에 결국 서울에서 광주로 광양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장례식 부고장을 낸 것이 아니라 장례를 마치고 나서 부고를 알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조의금은 모두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도 말이다. 이런 부고아닌 부고를 내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광주에서 지인을 만나 광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시쯤, 나는 아침밥도 점심도 거른 상태라 뱃속에서는 요동을 쳤고 강행군의 이동에도 요동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 지수는 위로만 향하고 후회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건 두 번째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참으며 지인의 무심함을 애써 눌렀다.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옳지 않다.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지금 이 순간, 그 무심함과 입맛이 동시에 올라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고깃집 진가네의 그 진한 국밥이 그립다.
너덜너덜해진 몸에 활기를 북돋은 소고기 국밥
광양의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10분 정도를 걸어서 고깃집 진가에 도착했다. 70세라고 하여 연세가 지긋한 분으로 생각했는데, 소림사 주방장 같은 날렵한 모습으로 반겨주시며 국밥을 내오셨다.
양이 어마어마했다. 무우와 파와 고기(국밥의 절반이 소고기, 국물파 나는..)와 국물이 전부였다. 시장이 반찬이지.. 한술을 떠서 내 입안에 넣은 순간 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진하고 깊은 맛있음에 놀라고, 초등학교 때 먹었던 국밥의 냄새가 소환되어 왔다.
운동회 전전날쯤이면 학교 운동장 옆 귀퉁이에 어마어마한 무쇠 솥이 걸리고 소고기국을 며칠 간? 끓여낸다. 운동회 날 점심과 틈나는 대로 먹었던 그 소고기국의 진한 맛의 그리움, 내 앞에 그리움이 떡하니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구오구 먹었다.
너무 배고파서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다시 먹으러 갔다. 온 몸의 피로가 국을 통해서 완전히 빠져 나갔다. 내 몸은 무장해제 되었다.
짠순이의 지갑도 열게 만드는 맛있는 소고기 국밥
국밥 포장 1개가 2인 분량으로 3명이서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6개를 주문했다.
서울에 돌아온 나는 포장을 자르며 긴장했다. 광양에서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면 어쩌지.. 실망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과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 댁에도 주문해 주자는 까다로운 아들의 이야기에 내심 흐뭇해졌다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분은 아름답다. 감사하다.

유정이의 멘토, 진해원 사장님
어렸을 적에 먹었던 어머니의 국을 재현했다는 20년 베테랑의 음식 경험을 가진 고깃집 진가의 진해원 사장님은 장인 정신이 뛰어난 분이시다.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닐 정도로 여행광이고, 컴퓨터의 1세대로 시대에 앞섰고 얼리어댑터로 광양에서는 최초로 로봇을 고용하여 서빙을 하는 매장이 되었다. 맛있는 커피머신을 놓으려고 궁리한다는 진해원 사장님은 호기심 많고, 감수성 풍부한 소년 같은 사람이다.
향기 나는 사람을 찾아 만나고 싶다는 기자의 이야기를 듣더니, 매장를 뒤로하고 화개의 장인을 직접 소개해 주신다며 안내를 했다. 정말 멋진 분을 만났다. 한때는 가족같이 지냈던 인간 다큐를 찍는 장강복 PD도 소개해 주신다는 것이다. 어이쿠. 이게 무슨 복이람. 화개 가는 길에 섬진강을 보여 주셨다. 가끔씩 지나간 적이 있는 곳인데, 처음으로 섬진강 변에 섰다. 많은 것을 흘러 보낸 역사의 강변에 찬바람을 맞으며 은빛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봄은 또 다른 감회였다.
유정이라는 중학생 꼬마 친구가 있었다.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일산에서 섬진강변으로 날라 왔다는 진해원 사장. 강변의 계단에 앉은 중년과 꼬맹이의 진지한 대화의 모습,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느껴지는 정경은 그의 삶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정이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도 했다. 젊은이가 멘토로 여기는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한 사람의 역사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가 살아온 스토리는 현대판 데카메론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고깃집 진가네를 이야기해 달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극구 사양했다.
오래전 말기 암 환자인 후배에게 헌신하고, 병간호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나의 지인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60대 중반에 암벽을 타고, 엄청난 여행가에 호기심 천국, 아이디어가 넘치며 상대에게 헌신적인 사람, 정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내면 세계. 그 형님과 함께 함이 너무도 행복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걱정하며, 약자를 돌보는데 주저함이 없는 그를 보면서 사회공헌의 대표적 인물로 손꼽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70년의 삶에도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은 그의 건강함과 주변을 향한 헌신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사는 그의 삶의 태도는 귀감이 되기에 마땅해 보이나 지금은 영업 전략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 또한 존중한다.
부고 후에 부고를 알린것은, 평소에 어머님과 이야기 한 대목이기도 하고, 혹 부고로 인하여 한 사람이라도 어려움이 있을 것을 꺼려하였기 때문이라며 어머님이 가시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가져 가셔서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되었다며 그의 눈가는 어머님의 생각으로 촉촉해졌다.
멋지고 향기나는 사람이 맞다. 고깃집 진가의 번성을 기원하며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스탠더드 푸들인 다롱이와 베들링턴테리어 보들이를 자동차에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매우 있어 보인다. 아이들 말로 ㅎㅎㅎ. 내가 봐도 멋진 녀석들이다.


* 여행생각이라는 유튜버에 잘 표현되어 있어 링크를 공유한다.
너답뉴스 발행인 김해숙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