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26-2027년 APEC 보건실무그룹(HWG) 의장경제 맡아 보건-경제 연계 의제를 주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보건 당국자들이 급속한 인구 고령화, 노동력 증가 둔화, 의료비 상승이 역내 생산성과 재정 지속성, 장기 성장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보건 시스템을 단순한 복지 영역이 아닌 경제 변수로 다루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PEC 보건실무그룹은 2월 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회의에서 장기적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보건 전략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APEC 보건실무그룹 의장인 최준호(Junho Choi)는 “우리 지역은 팬데믹과 같은 급성 위협의 완화를 넘어, 인구 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 극한 기후 등 장기적 구조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보건을 경제 회복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로 통합하려 한다”고 밝혔다.
보건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도 커지고 있다. 현재 APEC 회원국들의 보건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며, 이는 생산성, 노동시장 참여, 장기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각국 대표단은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건 시스템이 고령화로 인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1차 의료와 지역사회 기반 돌봄 강화, 예방 중심 의료, 통합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 혁신이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논의는 의료 서비스 연계, 보건 데이터 거버넌스, 디지털 혁신과 보건 재정·시스템 역량의 정합성에 초점을 맞췄다.
인구 고령화는 핵심 의제로 부각됐다. APEC 지역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50년까지 약 22%로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은 만성질환, 치매,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실질적 전략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생애 전반에 걸친 건강한 노화 촉진이 가족, 노동시장, 공공 재정에 대한 장기적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보건 재정 역시 주요 논의 주제였다. 의료비 상승과 기대수명 연장 속에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각국의 접근법이 비교·검토됐다.
대표단은 근거 기반 재정 개혁을 통해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서비스 연속성을 높이며, 보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 기간 중에는 뇌 건강을 주제로 한 정책 대화도 진행됐다. 인공지능, 원격의료,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이 신경계 및 정신건강 질환의 조기 발견, 통합 치료 경로 구축, 지역사회 기반 관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가 논의됐다.
최 의장은 “APEC 지역 29억 명 이상의 건강은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며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보건 시스템 구축은 APEC 지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시가리 한마디>
APEC는 더 이상 보건을 복지 지출로만 보지 않는다. 고령화, 노동력 감소, 생산성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보건 시스템의 성능이 곧 경제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디지털·AI는 의료 기술이 아니라 ‘구조 대응 수단’이며 고령화 대응의 초점은 ‘치료’가 아니라 ‘관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보건 재정 논의의 방향은 “얼마를 더 쓰느냐”보다 “어디에 쓰느냐”가 핵심이 됐다. 대형 병원 중심 구조 → 1차 의료 강화 / 단절된 진료 → 연속적 관리 / 비효율적 지출 → 데이터 기반 재정 개편은 복지 확대 논쟁이 아니라 재정 지속성 전략에 가깝다.
고령화 사회에서 보건 시스템이 무너지면 경제도 함께 무너진다. 그래서 보건은 이제 의료 정책이 아니라 경제·산업·노동 정책의 일부가 됐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