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는 단순한 국가 재정 수입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며,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하는 핵심적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세제는 시장 안정이라는 기능보다, 정치적 이해와 여론의 변화에 따라 원칙을 잃고 흔들려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6년 세법 개정안과 논란의 종부세: 표심에 무너진 조세 정의
최근 발표된 2026년 세법 개정안의 최대 화두는 단연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 개정안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이번 개정안은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과세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에 맞춰 과세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명분 뒤에는 표심을 의식한 개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심지어 논란의 종부세 개정안마저 더 후퇴를 시키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이미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의 최대 수혜지로 떠오른 곳은 바로 서울의 이른바 ‘한강 벨트’다. 공시가격 14억 원 안팎의 주택, 일명 ‘덜 똘똘한 한 채’가 밀집한 한강 벨트 실거주자들이 대거 이번 종부세 개편의 수혜지에 들어오면서, 한강 변 아파트 단지들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부의 재분배와 자산 과세의 형평성이라는 세법 본연의 목적을 유실시킨 자의적 혜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감세를 위한 우회 장치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편법적 과표 조절
부동산 세제를 누더기로 만든 것은 비단 과세 대상 기준의 상향만이 아니다. 세법의 표면적 세율 뒤에 숨어 실제 세 부담을 인위적으로 주무르는 다양한 감세 장치들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 대표 격이 바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국회의 법 개정 절차 없이 행정부가 시행령(대통령령)만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비율은 90%에서 60%로, 다시 80%로 고무줄처럼 출렁였다. 이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국민의 세 부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인 과세표준이 국회의 엄격한 법률 개정 없이 국무회의 승인 하나로 좌지우지되는 구조는 행정 편의주의적 감세 꼼수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시세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방치된 ‘낮은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전년 대비 세금 급증을 막아주는 ‘세부담 상한제’가 겹겹이 완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세 장치들은 자산 가격 급등기에도 실질 과세표준의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여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세제의 예측 가능성은 파괴되었고, 국민에게는 “버티면 정권이 바뀌어 세금이 줄어든다”는 도덕적 해이만 학습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공정과세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이제는 정치가 조세 제도를 흔드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끝내고, 경제학적 원칙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공정과세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표심을 얻기 위해 과세 기반을 누더기로 만드는 포퓰리즘적 정책은 결국 자산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주택 시장의 왜곡을 고착화할 뿐이다.
바람직한 세제 개편의 방향은 간단할 수도 있다.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의 구조적 개편’이다. 효율적이고 공정한 부동산 세제는 주택의 이동을 막는 입구와 출구의 문턱은 과감히 낮추고, 자산 보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합리적 수준에서 확실히 부과하는 구조를 취한다.
한국의 현재 세제는 높고 정교하지 못한 거래세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극심하며, 주택의 원활한 자원 배분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정상화하여 주택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실효세율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공정하게 운용해야한다.
아울러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같은 시행령 편법 장치를 법률로 흡수하거나 폐지하여, 과세표준 산정 방식을 공시가격 기반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정치가 과세의 룰을 매번 바꾸는 불확실성을 제거할 때 비로소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며, 조세 제도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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