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후에 만나요 …구순공연을 꿈꾸는 가수 최백호, “나이듦이 행복합니다”
지난 9월 4일 금요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무대에 선 가수 최백호는 자신의 나이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77세의 그는 오히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객석을 향해 약속하듯 말했다.
“구순에도 콘서트를 하고 싶습니다. 그때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4년 후에 만나요.”
2007년 문을 연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재개관을 기념해 다시 열린 이번 무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50년 넘게 노래해온 최백호와 3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전설의 디바 정미조가 함께하며 한 시대의 음악을 이어갔다.
최백호는 자신의 노래만 부르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도 무대에 올렸다. 송창식, 나훈아, 조용필의 노래를 차례로 들려주며 자신이 지나온 음악의 시간과 그 안에 깃든 존경을 관객과 나눴다.
또한, 자신의 밴드 멤버들을 아끼는 듯한 제스처에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게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젊은 시절의 날카로움 대신 오랜 시간을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있었다.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지나온 세월이 목소리에 스며 있는 듯했다.
특별 출연한 정미조 역시 깊이 있는 목소리로 무대의 결을 더했다. 37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디바와 50년을 노래해온 최백호가 한 무대에 서면서 공연은 두 아티스트의 만남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시간이 됐다.

최백호가 이날 들려준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노래가 아니라 나이듦에 관한 그의 생각이었다.
77세의 가수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이는 더 이상 지나간 시간을 세는 숫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게 하는 숫자가 됐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약속이 오래 남는다. 두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의 구순을 그려본다.
“14년 후에 만나요.”
구순의 최백호가 다시 무대에 서는 날. 그때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아마 이날의 약속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50년을 노래한 77세의 가수가 90세의 무대를 꿈꾸는 것.
어쩌면 이날 최백호가 들려준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나이 들어가는 일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