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에게 퇴직은 직장을 떠나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자신을 설명해주던 역할과 관계, 생활의 리듬이 함께 달라진다. 그 이후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된다.
그동안 전환교육과 지역활동, 사회적경제, 주거와 돌봄, 문화예술, 정책 등 여러 영역에서 중장년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좋은 경험과 사람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흩어지고, 한 지역에서 쌓인 경험이 다른 사람과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컴투게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컴투게더가 제안하는 미션은 ‘흩어져 있는 중장년의 경험과 활동 욕구를 오늘의 사회적 필요와 연결하는 것’이다.
중장년을 다시 교육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이미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을 가진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이 눈에 띈다. 퇴직 이후 새롭게 발견한 관심이나 기존의 전문성이 개인의 취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문제, 다른 세대의 필요, 사회적 과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의 경험이 새로운 역할을 만나고, 그 역할이 기존 활동과 연결되고, 다시 지역과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컴투게더가 말하는 핵심 단어는 결국 ‘연결’이다.
개인과 개인, 경험과 활동, 사람과 지역, 세대와 세대, 현장과 정책을 연결한다.

컴투게더가 꿈꾸는 모습은 거대한 조직이나 많은 사업을 가진 단체가 아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유쾌하게 만나며 의미 있는 일을 함께 실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사업을 정해 사람을 배치하는 방식도 택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작은 실험으로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협업을 만들어 지속할 수 있는 활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방식은 조직을 먼저 만들고 사업을 끼워 맞추는 것보다 유연하다. 동시에 작은 실험이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네트워크가 친목 모임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결국 컴투게더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벌이느냐가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실제로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컴투게더는 9월 16~17일 제주워크숍에서 조직의 방향과 주체를 확인하고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정관이나 재정, 세부 사업계획을 모두 확정하지 않는다. 비전과 미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함께할 사람과 각자가 해보고 싶은 활동을 살펴본 뒤 이후의 창립 준비를 맡을 주체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제주 이후에는 창립준비위원회를 약 60~70명 규모로 확대하고 실무·운영팀과 분야별 TFT를 구성한다. 9월 하순부터 10월까지 정관과 조직체계, 회원과 재정, 사업계획, 파트너십 등을 구체화한다.
기존 컴투게더 네트워크 약 150명에게 창립 방향을 알리고 참여를 넓히는 과정도 예정돼 있다.
10월 하순에는 창립준비위원회가 창립총회 상정안을 점검하고,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최종 자료와 의견을 공유한 뒤 11월 11일 창립총회를 열어 공식 조직으로 출범한다는 로드맵이다.
의사결정에서는 ‘30%는 양보하고 70%가 함께 갈 수 있으면 실행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완벽한 합의보다 서로 수정할 여지를 열어놓고 실행하면서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구상은 명확하다.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중장년의 경험을 연결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가’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과 함께 일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모이는 것과 지속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활동하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도 다르다.
또 하나는 컴투게더의 정체성이다.
컴투게더는 기존 단체를 대신하지 않고,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며, 사람과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연결이 기존 네트워크와 무엇이 다른지, 컴투게더가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중장년’이라는 넓은 범주 역시 살펴볼 문제다. 퇴직을 앞둔 사람과 이미 오래전 직장을 떠난 사람, 전문적인 경력을 가진 사람과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사람에게 필요한 새로운 역할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컴투게더가 말하는 ‘유쾌한 네트워크’가 실제로 유지되려면 친목을 넘어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2부에서 제시한 ‘참여는 넓게, 실행 책임은 분명하게’라는 원칙이 실제 운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제주워크숍에 중장년 커뮤니티인 컴투게더가 던지는 질문은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중장년의 경험을 어떻게 다시 사회와 연결할 것인가.
퇴직이나 전환 이후 사람은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만들 수 있는가.
혼자 해온 일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무엇으로 바뀔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나 역시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컴투게더가 말하는 ‘연결’이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연결이 정말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함께 참가하면서 제주에서의 이틀이 그 답의 시작을 기대해본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