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4년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에 힘입어 비율은 낮아졌지만 주택담보대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고, 최근에는 비은행권 대출까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구조적 위험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와 국민계정을 분석한 결과, 2025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1%로 집계됐다. 2021년 정점인 193.4%보다 22.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연구소는 이를 본격적인 부채 축소(디레버리징)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가계부채 총액은 2023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계속 증가했다. 부채가 줄어 비율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소득 증가 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를 앞질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소득 증가율이 둔화되고 부채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2024년 기준 OECD 38개국 가운데 한국은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 룩셈부르크에 이어 7번째로 높은 가계부채 비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2021년 이후 주택관련대출은 185조 원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했다.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관련대출 비중은 52.9%에서 59.1%로 높아진 부채구조다.
최근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한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소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4분기 만에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은 약 26조 원 증가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함께 비은행권 감독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금융 구조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부채 총량 감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리 시선> “한국인은 왜 빚을 질 수밖에 없는가?”
숫자는 좋아졌는데 왜 마음은 불안할까? 가계부채 비율이 4년째 내려갔다고 한다.
언뜻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빚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득이 조금 더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 집을 사기 위해 진 빚은 오히려 늘었고,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 됐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빚을 내서 집을 사려고 할까.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노후 대책이고, 자산 증식 수단이며, 사회적 안전망 역할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도 가계부채 비율이 높지만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과 복지제도가 있다. 반면 한국은 은퇴 이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이 크다.
결국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사람들이 빚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부채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국민이 빚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통장 잔고보다 집값을 먼저 확인한다. 그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