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역사적인 탄핵선고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회는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헌법 및 계엄법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였습니다.
탄핵결정문에서의 국회 예산 감액 관련 이슈
큰글씨에 17쪽에 불과한 선고요지와는 다르게 작은 글씨로 114쪽이나 되는 탄핵결정문에서 국회의 2025년도 예산안 심의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결정문 23쪽에서 26쪽까지 관련 논쟁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청구인은 국회가 2025년도 예산안 중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경찰의 특수활동비, 검찰의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SM-6) 사업,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 성능 개량 사업 등 예산을 감액하여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고 안보 공백을 초래하였으며,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4. 11. 29. 2025년도 세출예산안을 감액하기로 의결하였다. 과거에는 감액이 있으면 그 범위에서 증액에 대해서도 심사하여 반영되어왔으나,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주도하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감액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루어졌고,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략)”
이에 대한 헌재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2025년에 지출된 예산에 관한 것이므로 2024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던 계엄선포 당시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 사회질서 행정및 사법 기능의 수행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볼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 계엄선포 당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었을뿐, 이에 관하여 본회의 의결이 이루어진 상태도 아니었다…. (중략)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감액 의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본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될 경우 장래의 치안 불안 등이 염려된다는 이유만으로는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여당과 야당이 추가적으로 예산안을 심의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5년도 세출예산안 중 4.1조 원을 감액하는 내용으로 의결하였는데, 2023년에는 4.7조 원이, 2022년에는 13.8조 원이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감액된 점, 감액된 4.1조 원 중 1.4조 원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일반예비비이고 (국가재정법 제22조 제1항), 0.5조 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 상환을 위한 금액인 점 등을 고려하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되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 역시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중략)”
피청구인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감액하였다고 주장하는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SM-6) 사업 예산에 대하여는 상임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미국 측의무기 개발 절차가 지연되어 감액이 필요하다는 여야 간의 합의가 있었고, 접적지역대드론 통합체계 사업 예산에 대하여도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감액이 필요하다는 여야 간의 합의가 있었다. (중략)”
또한 결정문 59쪽과 60쪽에는 국회 입법권에 대한 논쟁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반국가적 행위란 국익을 해하여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는일체의 행위로서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위반 여부 부분에서 살펴본 국회의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등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의 권한행사이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포고령은 사실상 국회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것과다름이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예산은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결국 예산 삭감의 정치적 맥락을 보아야한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추진한 예산 삭감이 정치적 압박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이는 국정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비상계엄을 선포할만큼 중대한 상황이 아니었고 국회의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은 국회의 고유 권한행사이므로 이를 금지할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토록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을 판결하는데 4개월이 걸려야 했나 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의 현실이 사실보다는 유불리를 따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결을 위한 고심의 과정이었으리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번 선고요지에서 가장 울림이 있었던 구절은 이 부분입니다.
“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내용 곳곳에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아마도 재판관들 사이의 이견과 국민 중의 일부가 가지는 생각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해하되 잘못을 용서하지 않는 단호함이 보입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원리”라는 말에서 정치과정으로서의 국정운영, 예산운영을 다시한번 생각하게하는 명문이었습니다.
위기의 시대, 압도적으로 국민이 지지할수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나라살림연구소장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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