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만으로 청년농이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한살림의 실험
청년농부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의 말만은 아닐 것이다. 농사를 계속하려면 생산비와 생활비가 필요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로도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가 겹치는 상황에서는 농업을 선택한 청년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기반도 중요하다.
한살림이 지난 8월 한 달간 전국에서 진행한 ‘청년농 응원 캠페인’은 이런 질문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캠페인은 전국 매장과 온라인에서 청년농부와 소비자 조합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한살림이 청년농을 지원하는 방식은 응원 댓글이나 만남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청년농 100세대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생협은 청년농부와 직접 관계를 맺고 월 30만 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며 도농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회원이 함께 조성한 ‘청년농육성기금’을 활용해 영농자금을 대여하고, 계약재배 물량 일부를 청년농부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8월 한 달 동안 전국 20개 지역생협에서는 청년농부 37명이 매장을 찾아 조합원들과 만났다.
청년농부들은 자신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농사 이야기를 소개했고, 소비자들은 평소 식탁에서 만나는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들었다.
제주에서는 단호박 공동구매와 요리강좌가 열렸고, 부산에서는 복숭아, 경북에서는 아오리 사과와 깐호두, 수원에서는 포도 등을 매개로 직거래 장터와 시식회, 간담회가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농부들이 전한 이야기는 농업이 단순히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남 거창의 청년농부 최원규 씨는 지속적인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불안정하고 품위가 떨어지는 등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여름철 고온과 가뭄으로 과일 생산에도 어려움이 컸지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는 것이다.
응원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한살림 온라인 장보기와 청년농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모두 2,802건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청년농부들은 직접 답글 영상을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캠페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응원이 다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한살림은 캠페인 참여 조합원 가운데 150명에게 청년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칠분도미, 밤고구마, 유정란, 제철 채소 등을 담은 ‘청년농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한 조합원은 청년농부들을 위해 100만 원을 기부했고, 이 돈으로 청년농부 47명에게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농부를 응원하고, 농부가 다시 자신의 생산물로 소비자에게 답하는 방식이다. 한살림이 말하는 ‘생산과 소비의 협동’이 구호가 아니라 관계의 형태로 나타난 대목이다.

청년농을 위한 ‘관계’가 농업의 지속성을 만들 수 있을까
한살림의 청년농 지원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생협의 생활지원금, 청년농육성기금을 통한 영농자금 대여, 계약재배 물량의 우선 배정 등은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한살림은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속에서 친환경 농업의 미래를 이어갈 청년농부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응원과 지원이 실제로 청년농의 정착과 농업 지속으로 이어지고 있는가이다.
청년농에게 월 30만 원의 생활지원금이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는지, 영농자금 대여와 계약재배가 농가의 소득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들이 몇 년 뒤에도 농사를 계속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공헌도 결국 좋은 의도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보다 그 참여가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살림의 이번 캠페인은 적어도 한 가지 방향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관계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다.
청년농을 위한 ‘응원’이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실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