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주 칼럼, 작아질수록 넓어지는 세계: 자존감과 티끌의 춤
우리는 흔히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쉽지 않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더 커져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더 능력 있어야 하고, 더 대단해야 하며, 더 주목받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오히려 자존감은 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선우 시인의 「티끌이 티끌에게」에서 우리는 자존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작아질수록 보이는 것들”
시인은 인간을 우주 속의 티끌로 묘사한다. 흔히 ‘티끌’은 미미하고 하찮은 존재를 뜻하지만, 이 시에서는 오히려 티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
이 구절은 자존감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나’를 거대한 존재로 생각할수록, 우리는 자신의 틀 안에 갇히게 된다. 반대로 자신을 티끌처럼 작은 존재로 인정하면, 오히려 세상은 더 넓어지고 다른 것들과의 연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존감이란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닐 때,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자존감은 ‘나’에서 ‘우리’로 확장될 때 빛난다.
우리는 자존감을 높이려 할 때 종종 ‘나의 부족함을 메워야 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인은 “티끌들이 서로를 발견하며 첫눈처럼 반짝일 때” 세상이 화사해 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가 스스로를 작게 느낄수록 더 많은 관계 속에서 빛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존감이란 혼자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인정할 때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 아닐까?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며, 개개인이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진정한 자존감은 나 자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심리학자 너세니얼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그의 자존감 이론에서 자기수용(Self-Acceptance)’을 강조한다. 이는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존감의 핵심 요소라는 의미다. 티끌처럼 작은 나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이 자존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춤추는 자존감
시인은 “유랑의 리듬”을 언급하며, 우리 존재 자체가 춤이라고 표현한다. 춤은 정체되지 않는다. 유랑하고, 움직이고, 변화한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번 높은 자존감을 가지면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흔들리기도 하고, 다시 균형을 찾기도 한다.
“나의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해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고, 그 흔들림 속에서 또 다른 균형을 찾아 나갈것이다. 마치 티끌이 떠다니며 서로를 발견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움직이며 관계를 맺고 의미를 만들어간다.
‘큰 나’가 아니라 ‘자유로운 나’로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반드시 거대하고 강한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존감이란 ‘작아질 용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나’를 거대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존재로서의 자유로움을 인정하는것. 이것이야말로 건강한 자존감의 시작 아닐까? 우리는 티끌처럼 작지만, 그 작은 존재들이 만나 함께 빛나는 순간,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가볍게 춤을 추어 보자. 우리라는 티끌들이 반짝이는 순간을 기대하며.
‘작아질 용기’를 기르는 방법 칼럼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작아질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본다.
✔ 비교를 멈추는 연습, SNS 속 타인과 비교하는 습관을 줄여보자.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해’가 아니라, ‘나는 나대로 충분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나’보다 ‘우리’를 바라보기, 자존감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더욱 건강해진다.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지지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다.
✔ 흔들림을 받아들이기, 자존감은 한 번 쌓으면 끝이 아니다. 때로는 낮아지고, 때로는 다시 올라간다.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고, 리듬을 타듯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일상의 작은 순간을 즐기기, 커다란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찾으려 하기보다, 소소한 기쁨과 만족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을 키우는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대한 존재가 아니어도 괜찮다. 작아도, 흔들려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다.
(신원주 : 대림교육연구소 소장, 휴먼인큐베이터 프로그램 개발자, 자존감 행동연구전문가)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