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회복력을 보이고 있지만,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는 붕괴 국면에서는 벗어났으나 AI 자산 가격의 불안정성, 국가부채의 급증, 미·중을 축으로 한 지정학적 경제 재편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6년을 향한 세계 경제는 ‘완만한 버팀목 위의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계경제포럼이 2026년 1월 발표한 수석 이코노미스트 설문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세계 경제가 약화될 것으로 보는 응답은 53%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9월 조사 당시 72%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세계 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지나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낙관론으로의 전환은 아니다.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자산 가격, 부채, 무역 질서라는 세 축에서 구조적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AI 관련 미국 주식에 대해 응답자의 52%는 하락을, 40%는 상승을 예상했다. 전망이 양분된 것이다. 만약 AI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그 충격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응답도 74%에 달했다. 반면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62%가 추가 하락을 전망하며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AI의 실물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2년 이내 생산성 향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응답이 80%에 육박했다. 다만 그 효과는 대기업과 기술 중심 산업에 먼저 집중될 가능성이 크며, 고용 측면에서는 단기적 감소와 장기적 불확실성이 공존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는 국가부채가 지목됐다. 선진국의 약 3분의 1, 신흥국의 절반 가까이가 국가부채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정부들이 부채 관리를 위해 인플레이션과 증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향후 5년 내 부채 구조조정이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절반 이상이 예상했다.
무역 질서 역시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미·중 간 관세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겠지만, 기술과 자원 통제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자 무역 협정과 지역 블록 중심의 교역이 늘어나고, 중국의 수출은 미국 외 시장으로 더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성장 전망에서는 남아시아가 가장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고, 유럽은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미국은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됐지만, 고성장 국면으로의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이번 보고서는 2026년 세계 경제를 단순한 회복이나 위기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초입으로 규정한다. 세계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그 균형은 매우 불안정하다. 문제는 충격이 ‘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 먼저 터질 것인가’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