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정정수 감독]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개관, 빛이 만든 오해 …조명의 문제를 말하다.
빛은…조각의 감정을 완성하는 마지막 붓질이다.
거장 정정수 감독이 2025년 11월 1일 개관한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빛과 조명의 문제인식을 지적했다. 이 박물관은 이집트가 1조 원을 투입하여 33년 만에 완공한 축구장 7개의 크기로 세계 최대의 규모인 고고학 박물관이다.
우리는 얼굴을 볼 때, 눈은 들어가 있고 코와 입은 앞으로 나온 구조라는 ‘기억된 얼굴’을 기준으로 현실을 해석한다. 그러나 빛의 방향이 그 기억을 배반할 때, 조각은 변한 적이 없어도 얼굴은 낯설어진다.
조명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 얼굴은 과장되고, 감정은 왜곡된다. 장엄함은 사라지고,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먼저 다가온다. 세게 최고의 유물로 그 위상에 다다르지 못한 빛과 조각의 정감독이 인식하는 문제점 들어 보았다.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 GEM)
“며칠 전, 이집트에서는 인류 문명사에 기록될 만한 큰 사건이 조용히 막을 올렸다. 20여 년의 논란과 중단, 기대와 실망을 오가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EM)이 마침내 개관한 것이다.
2005년, 카이로 근교 기자(Giza). 피라미드와 마주보는 그 자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큰 뜻만큼이나 문제도 많았다. 자금난, 기술난, 정치적 부담까지 겹쳐 공사는 수차례 멈췄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한 나라의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은 경제개발도, 문화 외교도 ‘기술과 보존’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ODA 자금을 투입했다. JICA를 통해 단순히 돈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보존기술, 인력 양성, 연구 인프라까지 함께 떠안아 GEM 프로젝트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복잡한 배경 속에서 문을 연 박물관은 “이집트 문명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개관 첫날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유물이 아니라 빛이었다.”
✦ 투탕카멘 앞에서 드러난 첫 번째 어색함
투탕카멘의 황금가면 앞은 늘 그렇듯 인산인해였다. 관람객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조명은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정작 ‘주인공’이 받는 빛이었다.
가면은 아래에서 위로 비춘 조명을 받고 있었다. 황금의 질감은 살아나지만, 얼굴의 형상은 뒤틀린다. 눈은 돌출되고, 코와 입 주변은 오히려 들어간 듯 보인다. 빛 하나로, 인류 최고의 유산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 얼굴을 보는 뇌는 ‘기억된 구조’를 찾는다
우리는 얼굴을 볼 때 눈은 안쪽으로, 코와 입은 바깥으로 돌출된 형태라는 ‘기억된 지식’을 기반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그 기억과 맞지 않는 빛이 들어오면 뇌는 순간적으로 혼란을 느낀다. 아래에서 비춘 빛 때문에 눈은 솟아오른 듯하고 입 주변은 움푹 들어가 보인다. 조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빛이 잘못된 것이다.
✦ 두 개의 지각(知覺)이 충돌하면
두 눈으로 본 현실이 오랜 시간 시지각으로 축적된 경험과 다르게 보이게 될 때, 뇌는 어느 쪽을 믿을까?
위에서 아래로 비춘 조명 → 아래에서 위로 비춘 조명 → 정면 균등조명. 같은 조각이라도 빛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표정·감정은 전혀 달라진다. 그리고 이 원리는 凹凸이 단순한 릴리이프에서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
상형문자 凹凸의 역전
왼쪽은 정상적인 빛, 오른쪽은 상하가 뒤집힌 빛이다. 오목과 볼록이 반대로 보인다.
이 정도의 왜곡이라면, 입체 조각에서의 왜곡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빛이 만든 오해 — 스핑크스, 파라오, 투탕카멘
GEM 개관 첫날, 다수의 유물은 바닥에서 위로 쏘는 강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그 결과 눈·광대·입체감이 모두 반대로 읽힌다. 장엄해야 할 얼굴에서 괴기스러움이 먼저 감지된다.
GEM 입구에 전시된 파라오의 거대한 두상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강한 조명 때문에 얼굴의 요철이 반대로 읽히며, 실제보다 더 부드럽고 납작한 표정처럼 왜곡되어 보인다.
인공광과 자연광은 모두 부드럽다. 빛이 조각의 흐름을 따라갈 때, 형태는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 자연스러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GEM의 여러 유물들은 작품성의 문제가 아니라 조명의 방향 때문에 본래의 표정을 잃고 있다.
상향조명으로 형태가 지워진 조각은 강한 상향광이 조각의 사실성을 지워버렸고, 투탕카멘 유리케이스 전면은
어두운 부분까지도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유리 케이스 아래에는 조명이 추가되었다.
투탕카멘 측면은 상향조명 때문에 볼 주변이 함몰되어 보인다. 얼굴의 ‘정답’을 알고 있는 뇌는 이 모습을 납득하지 못한다.
비교 사진을 보면, 왼쪽 사진에 비해 오른쪽 사진은 눈이 튀어 나와 불룩하고 콧수염과 턱수염이 더부룩한 동양인 할아버지로 보여지게 된다.
왼쪽은 GEM이 오픈하기 오래전 전시됐던 때 사진으로 보이며, 조명은 흐릿하나 정상적으로 보인다.
스핑크스 상 또한 마찬가지다. 스핑크스 형상의 조각에 상향 조명이 설치되어 볼, 턱, 목 주변의 입체감이 반대로 강조되며 얼굴이 약간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이며 먼쪽 볼이 가까운 쪽으로 잡아 당겨져 보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전신 조각상은 상향조명의 왜곡 사례로 아래쪽에서 비추는 강한 조명 때문에 이마와 코, 입 주위의 요철이 반대로 읽힌다. 실제 조각보다 얼굴이 떠 있는 듯 보이며, 인물의 깊이 감이 사라지는 왜곡이 발생한다.

✦ 반대로, 루브르는 왜 자연스러운가
위의 람세스 왼쪽 사진은 외신기자를 하고있는 지인이 루브르박물관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위에서 아래로 비춘 조명은 조각의 표정을 ‘원래의 얼굴’로 되돌린다. 같은 유물도 빛의 방향만 바뀌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인공광과 자연광은 모두 부드럽다. 빛이 ‘조각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 종교 공간에서도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신을 향한 공간, 기도가 쌓이는 장소. 그곳에서도 밤이 되면 조명에 의존한다. 그런데 많은 성물은 이집트 박물관과 같은 상향조명을 받고 있다. 멀리선 잘 보이지만, 얼굴을 따로 떼어 보면 GEM의 유물과 똑같은 왜곡이 일어난다.
그래서 종교적 상징물 대신 흑백광 비교 사진으로 세장의 아그리파 사진을 예시로 사용한다. 빛을 잘못 다루면 경건함 대신 괴기스러운 음영이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 빛은 조각의 감정이다
조명은 단순히 ‘밝히는 장치’가 아니다. 빛은 유물과 작품의 감정을 완성하는 마지막 붓질이다.
방향 하나, 각도 하나로 -장엄함이 사라지고 -얼굴이 뒤집히고 -표정이 왜곡되고 -조형 전체가 변질된다
GEM의 유물은 세계 최고지만 조명은 아직 그 위상에 다다르지 못했다. 이 글이, 빛과 조각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질문이 되기를 바란다.

너답뉴스 김해숙 기자 youdabnews@naver.com